부당한 지시 질문은 순종이냐 반항이냐를 묻는 게 아닙니다. 채점자가 실제로 보는 건 '부당함'을 판정하는 본인만의 기준선이 있는지, 그리고 그 기준선을 조직 안에서 어떤 절차로 표현하는지입니다. 결론은 다들 비슷하게 말하기 때문에, 그 결론에 도달하는 판단 순서에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면접관은 무엇을 보나
그냥 '말씀드린다'인지, 어떤 자리에서 어떤 표현으로 의견을 전달했는지를 봅니다. 없으면 '실제로 어떻게 말씀하셨어요?'를 다시 묻습니다.
감정적으로 반응했는지, 근거·데이터를 들고 대화했는지를 봅니다. 감정 위주면 '흥분하진 않으셨나요?'를 되묻는 자리가 생깁니다.
상사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도, 무조건 거부하지도 않고 자기 판단을 지킨 흔적이 있는지를 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시 캐묻는 질문이 붙습니다.
이견을 표한 뒤 관계가 틀어졌는지, 협업이 이어졌는지를 봅니다. 언급이 없으면 결과를 숨기는 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읽는 것과 말하는 건 다릅니다.
이 질문, 소리 내어 답해 볼까요?
모범 답변의 결
근거 자료로 이견 표현한 경험 중심으로 푸는 결
인턴 중 담당 팀장님이 기존 데이터를 무시하고 감에 의존해 방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지시가 타당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직접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신 "제가 분석한 데이터를 한 번 같이 보시겠어요?"라고 먼저 여쭤봤고, 수치를 보여 드리면서 기존 방향을 유지할 경우의 결과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팀장님이 고집을 꺾지 않았다면 더 고민이 됐겠지만, 다행히 데이터를 보신 후 방향을 조정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경험에서 이견을 낼 때 감정이나 판단이 아닌 근거 자료를 먼저 내놓으면 위계 관계에서도 대화가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전히 생각 중입니다.
감정·사실 분리 후 이유 확인 중심으로 푸는 결
군 복무 중 업무 처리를 지나치게 형식적으로만 요구하는 상관의 지시가 있었는데, 당시 저는 그 지시가 시간 낭비라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속으로 납득이 안 됐지만, 그 상황에서 감정을 앞세우면 오히려 더 불리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일단 지시를 따르면서, 왜 이 방식이 필요한지를 한 번 더 여쭤봤고, "보고 체계 통일"이 이유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해가 되니 불만도 줄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지시가 불합리하게 느껴질 때 "이유를 모르는 건지, 진짜 잘못된 건지"를 먼저 구분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서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절차를 밟아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 단순히 이해가 부족한 경우라면 그냥 따르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비공개 채널 이의 표현 경험 중심으로 푸는 결
학과 학회 활동에서 집행부 선배가 예산을 비공식 루트로 집행하려는 걸 알게 됐을 때, 이걸 어디까지 문제 삼아야 하는지 갈등했습니다. 직접 항의하면 관계가 틀어질 것 같아서 처음에는 모른 척했는데, 나중에 이게 감사에서 문제가 됐고 저도 함께 책임 추궁을 받았습니다. 침묵한 것도 일종의 동의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선배에게 개인 메시지로 "이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먼저 말하는 방식을 씁니다. 공개적으로 지적하기 전에 비공개 채널로 먼저 알리는 것이 관계도 지키면서 이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배웠습니다. 윤리적으로 명백한 위반이라면 정해진 절차가 있는 경로를 쓸 것입니다.
전문가의 심화 해설
이견 표현이 통하는 구조의 원리
이 답의 뼈대는 감정 대신 근거를 앞세우는 순서 자체에 있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감상이고, '데이터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는 행동입니다. 면접관은 후자의 행동이 있는지를 봅니다. 왜냐하면 위계 관계에서 이견을 낼 때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능력이야말로 조직에서 실제로 쓰이는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반박이 아니라 '확인 요청'의 형태를 취하면 상대가 방어적으로 나올 확률이 줄어듭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저는 소신 있게 말합니다'로 끝내면, 그 소신이 관계를 깨뜨리지 않는지에 대한 답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합격선을 가르는 지점
두 지원자가 똑같이 '데이터로 설득했습니다'라고 말해도 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설득이 통한 사례만 말하고 끝내고, 다른 하나는 '통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지'까지 생각해둔 흔적을 보입니다. 실제로 위 예시 답변에서도 '통하지 않았다면 더 고민이 됐을 것'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여지를 남기는 게 오히려 신뢰를 줍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당한 지시가 데이터 한 장으로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고, 그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판단력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항상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단정은 오히려 얕은 경험처럼 들립니다.
법 위반과 의견 차이를 가르는 기준
가장 위험한 꼬리질문은 '법 위반인지 단순 의견 차이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입니다. 이 질문이 무서운 이유는 앞선 답변의 전제 자체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데이터로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 갑자기 '그게 그냥 취향 차이였을 수도 있지 않냐'는 프레임이 들어옵니다. 이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애초에 부당함을 두 층위로 나눠 생각해뒀어야 합니다. 하나는 규정·안전·법규처럼 객관적 기준이 있는 층위, 다른 하나는 방법론·우선순위처럼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층위입니다. 전자는 근거를 갖고 즉시 문제 제기하되 절차를 밟아야 하고, 후자는 데이터로 설득하되 최종 결정권이 상사에게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구분을 답변 준비 단계에서 미리 세워두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답하다가 논리가 헝클어집니다.
직무·연차에 따른 결이 달라지는 지점
신입 인턴 입장에서의 부당한 지시와 실무 3년차 입장에서의 부당한 지시는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신입은 조직의 맥락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왜 그런 지시인지 먼저 확인한다'는 태도가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안전·규정 관련 직무(생산·품질·공공)라면 '확인'보다 '즉시 보고'가 우선순위여야 합니다. 안전 문제는 확인하는 사이에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이나 기획처럼 판단이 유연한 직무는 데이터로 설득하는 결이 잘 맞고, 규정이 명확한 직무는 절차 준수가 더 안전한 답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모든 직무에 같은 답을 쓰면, 직무 이해가 얕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흔한 함정과 그 이유
가장 흔한 함정은 '저는 절대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겠습니다'라고 단정하는 답입니다. 이게 함정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실에서는 부당함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답은 그 애매함을 다뤄본 적이 없다는 걸 드러냅니다. 둘째, 신입 사원이 조직의 맥락도 모르면서 즉각 저항하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협업 리스크로 읽힙니다. 반대의 함정은 '일단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입니다. 이 역시 위험한데, 법규 위반이나 안전 문제에서조차 순응하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극단 모두 '판단 없이 결론만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어질 수 있는 꼬리질문
그 부당함이 법 위반인지 단순한 의견 차이인지 어떻게 구분하겠습니까?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규정이나 절차 같은 객관적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답하면 좋습니다.
상사가 계속 지시하면 실제로 어떤 순서로 대응하시겠습니까?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기록, 확인, 상위 보고 등 단계적인 대응 순서를 구체적으로 답하면 좋습니다.
그 일로 업무가 지연되거나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감당하시겠습니까?
갈등을 피하지 않고 그 결과를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할지 본인의 태도를 답하면 좋습니다.
흔히 빠지는 실수
- 무조건 거부하겠다는 태도로만 답해 상황 판단과 협의의 여지를 빠뜨립니다
- 법규나 절차를 언급하지 않고 개인 감정의 옳고 그름으로만 머뭅니다
- 상사에게 정중히 확인한 뒤 기록·보고하는 후속 조치를 짚지 않습니다
이 질문이 나온 회사
실제 면접에서 이 질문이 확인된 회사는 24곳입니다. 그만큼 회사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