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닙니다. 면접관이 보는 건 어떤 결론을 택하느냐가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는 판단 기준이 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는가입니다. 결론만 짧게 말하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질문의 갈림길은 '부당'이라는 말의 폭에 있습니다. 불법인지, 비효율인지, 단지 내 생각과 다른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는 점을 짚으면 답의 층이 생깁니다. 무조건 거부도 무조건 순응도 둘 다 위험하니, 확인하고 절차를 밟고 그래도 남는 문제를 다루는 순서로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면접관은 무엇을 보나
지시가 불법인지, 비효율인지, 단지 내 생각과 다른 것인지를 구분한 흔적이 답에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면접관이 '어느 정도로 부당한 상황을 떠올리고 답한 건가요?'를 추가로 묻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곧바로 거부하거나 곧바로 따르기 전에 지시 배경을 먼저 확인하는 단계가 답에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면접관이 '상사에게 이유를 물어볼 생각은 없었나요?'를 추가로 묻는 경우가 흔하게 관찰됩니다.
혼자 판단하고 끝내지 않고 상급자·유관 부서 같은 경로를 밟는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면접관이 '그래도 지시가 바뀌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나요?'를 추가로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까지는 따를 수 있고 어디부터는 따를 수 없는지의 선이 답에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면접관이 '그럼 어떤 지시든 결국 따르겠다는 뜻인가요?'를 추가로 묻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읽는 것과 말하는 건 다릅니다.
이 질문, 소리 내어 답해 볼까요?
모범 답변의 결
부당함의 층위를 나눠서 푸는 결
저는 먼저 그 지시가 어떤 종류의 부당함인지 나눠 볼 것 같습니다. 법이나 회사 규정을 어기는 일이라면 제 판단으로 조정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정도라면, 제가 모르는 배경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학과 팀 프로젝트에서 조장이 이미 정리된 자료를 다시 만들라고 해서 납득이 안 됐던 적이 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제출 양식이 중간에 바뀐 걸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부당하다고 느낀 순간이 곧 판단의 근거는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규정 위반이 아니라면 먼저 배경을 확인하고, 확인 후에도 문제가 남으면 제 의견을 정리해 말씀드리는 순서로 가려 합니다.
확인과 절차를 밟는 단계적 대응 중심으로 푸는 결
저는 혼자 결론 내지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부당하다고 느껴도 제가 보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 있어서, 우선 지시의 의도와 배경을 여쭤보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납득이 되면 따르고,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 우려를 근거와 함께 정리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지시가 유지되고 그것이 규정이나 법에 어긋나는 사안이라면,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대신 조직이 마련해 둔 경로를 통해 확인을 요청하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점장님 지시가 본사 지침과 어긋나 보여 본사 안내문을 먼저 확인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제 기억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확인이 대립보다 먼저라는 감각은 그때 생겼습니다.
실제 경험에서 대안 제시로 푸는 결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동아리 회계를 맡았을 때 선배가 영수증 없이 지출을 처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관행이라고 했지만 저는 회계 장부를 제 이름으로 마감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처리 자체를 거절하기보다 대안을 먼저 제시했습니다. 간이 지출 확인서를 만들어 서명을 받는 방식이면 기록이 남는다고 말씀드렸고, 결국 그렇게 정리했습니다. 그 일에서 배운 건 부당해 보이는 지시에도 대개 대체 방법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조건 못 한다고 말하면 대립만 남지만, 지키려는 원칙과 실행 가능한 방법을 함께 내놓으면 상대도 물러설 자리가 생긴다고 느꼈습니다.
신입이라는 자기 위치를 감안해 판단의 신뢰도를 먼저 높이는 결
저는 제가 신입이라는 자리를 답에 넣고 싶습니다. 부당해 보이는 지시를 만났을 때, 제가 그 자리에서 옳고 그름을 최종 판정할 만큼 조직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시 자체를 두고 상사와 맞서기보다, 같은 일을 오래 해 온 선배에게 이 방식이 원래 그런 것인지 먼저 물어보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대개는 제가 몰랐던 관행이거나, 아니면 선배도 이상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겹칩니다. 후자라면 저 혼자의 인상이 아니라 복수의 관찰이 되니 말을 꺼낼 근거가 생깁니다. 물론 법이나 안전에 걸리는 사안이라면 이런 우회를 하지 않고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외의 경우엔 제 판단의 신뢰도를 먼저 높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시를 수행하되 결정 경위를 기록으로 남기는 결
저는 따르면서도 남기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정에 걸리는 사안이 아니라면 결국 지시를 수행하게 될 텐데, 그때 아무 흔적 없이 하는 것과 진행 경위를 남겨 두는 것은 다릅니다. 공모전 팀에서 제안 방향이 제 생각과 달랐을 때, 저는 결정에 따르되 회의록에 제가 우려한 지점과 그렇게 결정된 이유를 한 줄로 남겼습니다. 나중에 그 지점에서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기록이 누구를 탓하는 자료가 아니라 원인을 빨리 찾는 자료가 됐습니다. 부당해 보이는 지시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따를지 말지의 이분법에 갇히기보다 결정 경위가 남는 형태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조직에도 저에게도 안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심화 해설
'부당'의 층위를 먼저 가른다
법·규정 위반, 비효율적인 방식, 단순한 견해 차이는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답을 시작할 때 어느 층위를 전제로 말하는지 밝히면 뒤의 판단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층위를 나누지 않으면 어떤 답을 해도 극단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확인 → 의견 제시 → 공식 경로 순으로
곧장 거부하거나 곧장 따르는 대신 단계를 두면 성숙해 보입니다. 먼저 지시 배경을 확인하고, 그래도 문제가 남으면 근거를 정리해 의견을 말하고, 그 뒤에도 사안이 규정에 걸리면 조직이 둔 경로를 쓰는 흐름입니다. 단계가 있으면 감정이 아니라 판단으로 읽힙니다.
거부와 순응 사이의 제3안을 준비한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자주 통하는 건 원칙은 지키되 방법을 바꾸는 대안입니다. 기록을 남기는 형태로 바꾸거나, 범위를 줄여 진행하거나, 확인 절차를 하나 더 두는 식입니다. 대안을 하나라도 말할 수 있으면 답이 관념에서 실무로 내려옵니다.
층위별로 실제 예를 하나씩 붙인다
말로만 층위를 나누면 도식으로 들립니다. 서류를 사실과 다르게 적어 달라는 요구, 이미 끝난 작업을 다시 하라는 요구, 자료 형식을 바꾸라는 요구처럼 각 층위에 예를 하나씩 붙이면 기준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바뀝니다.
신입이 실제로 쥔 선택지를 안다
입사 초에 실제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대개 배경 확인, 근거를 붙인 의견 제시, 선배·상급자 상의, 진행 경위 기록, 공식 창구 문의 정도입니다. 이 범위 안에서 답을 짜면 권한을 넘겨 잡은 답보다 오히려 실행 가능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어질 수 있는 꼬리질문
말씀드린 뒤에도 지시가 그대로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안의 층위에 따라 답이 갈리는 결이 통합니다. 규정 위반이 아니면 따르되 기록을 남기고, 위반이라면 공식 경로를 밟겠다는 식으로 갈래를 나누면 기준이 일관돼 보입니다.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결국 본인 판단이 틀렸던 적이 있나요?
자기 판단이 항상 옳지는 않았다는 사례를 짧게 인정하는 결이 강합니다. 틀린 적이 없다고 답하면 오히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단정하는 사람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 지시를 따랐을 때 팀 성과가 좋아진다면요?
성과와 규정을 같은 저울에 올리지 않는 결이 안전합니다. 성과가 절차 위반을 덮지 못한다는 선을 유지하되, 성과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 편이 균형 있게 들립니다.
상사가 그 지시를 내린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면 판단이 달라지나요?
달라질 수 있다고 답해도 흔들리는 것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설명으로 바뀌는 것은 비효율·견해 차이 층위이고 규정 위반 층위는 설명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갈라 두면 기준이 오히려 선명해집니다.
그 일로 팀 안에서 불편한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감당하시겠어요?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결이 자연스럽습니다. 사람을 겨눈 게 아니라 사안을 다뤘다는 점, 이후에도 협업 태도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짚으면 각오가 아니라 태도로 들립니다.
흔히 빠지는 실수
- '부당하면 따르지 않겠습니다'라고만 답해 어떤 부당함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 '상사 지시니 일단 따르겠습니다'로 끝내 판단 기준이 없는 사람으로 읽힙니다
- 확인·대안 제시 같은 중간 단계 없이 거부와 순응 두 가지 선택지만 놓고 답합니다
- 신입이 쓸 수 없는 권한을 전제로 답해 '그 결정을 본인이 할 수 있나요'라는 되물음에 막힙니다
- 판단 기준만 길게 말하고 그래서 실제로 무엇을 하겠다는 행동을 끝까지 말하지 않습니다